전남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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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오노레드발자크, 박영근 역(서울: 민음사, 2019)/김미영 고리오 영감은 왜 딸들에게 무조건 헌신을 했을까?에세이 1. 고리오 영감은 왜 딸들에게 무조건 헌신을 했을까?104소문에 따르면, 아버지 중의 아버지인 이 훌륭한 아버지는 딸자식들을 잘 결혼시켜서 행복하게 해주려고 각각 오륙십만 프랑씩 주었고 자기는 일 년에 팔천 내지 만 프랑의 연금만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딸들이 항상 딸인 줄 믿고 두 살림을 차리고 두 집을 마련해서 자기를 사랑하고 아껴줄 줄 믿고서 말이에요. 이 년도 안 되어서 사위들은 마치 천한 사람들 105이 그러듯이 그를 자기들 사회에서 쫓아냈대요. 106그는 큰딸을 레스토 가문에, 작은딸은 왕당파이며 돈 많은 은행가인 뉘싱겐 남작에게 시집 보냈지요. 210두 딸이 아버지를 내버리고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것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 있는 것이에요. 그것은 두 자매간의 경쟁심이에요. 레스토는 귀족 출신이고 따라서 그의 아내는 상류 사회에 낄 수 있었으며 궁정에도 출입했어요. 하지만 그녀의 동생은 돈이 많고 아름답지만 델핀 드 뉘싱겐 부인으로서 실업가의 아내일 뿐이지요. 121장 조아솅 고리오는 대혁명 전에는 단순한 제면 직공이었다. 1789년의 첫번째 폭동 때, 그는 우연히 희생당한 주인의 자산을 살 수 있을 만큼 수완이 좋고 절약가였으며 기업 정신이 왕성한 사람이었다. 그는 알 오 블레 근처에 있는 라 주시엔 거리에 자리잡았다. 그처럼 위험했던 시절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한 테서 자신의 장사를 보호받기 위해 이 사람은 그 지구의 구장직을 맡을 정도로 머리 회전이 빠른 자였다. 그의 현명함은 나쁘건 좋건 간에 식량이 부족할 때 재산을 모을 수 있는 근원이었다. 따라서 그는 파리에서 곡물을 가지고 돈을 많이 벌었다. 122그는 온갖 머리를 다 굴려서 곡물 장사에 열중해 있는 것 같았다. 소맥과 밀가루와 곡물 찌꺼기, 이것들의 품질과 생산지와 보존상의 주의, 시세 예측과 풍작과 흉작에 대한 예언, 그리고 곡물을 값싸게 사들이는 법과 시칠리아나 우크라이나에서 구입하는 문제에 대해서 고리오는 일인자였다. 그는 사업하는 방법이나 곡물 수출과 수입에 관한 법규를 해석하고 법규의 정신을 연구하고 그것의 약점을 파악했다. 누구나 그를 국무대신의 역량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23아무런 근심 없이 행복하게 칠 년을 지낸 다음, 불행하게도 그의 아내는 죽었다. 아내가 고리오에게 감정의 영역을 벗어나서 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려는 때였다. 어쩌면 그녀는 그의 무기력한 감정을 계발하고 세상과 인생에 대한 지혜를 그에게 가르쳐주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고리오에게 부성애가 부조리하게 나타났다. 아내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배반당한 듯한 그의 사랑은 두 딸에게로 옮아갔다. 그녀들도 처음에는 아버지의 사랑에 전적으로 만족했다. 고리오의 딸에 대한 무분별한 헌신과 시기심 많고 세심한 사 124랑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었다. 어느 날 경쟁자 중의 한 명이 그를 시장에서 몰아내고 자기가 곡물 사업의 주인이 되려고 델핀이 마차에 치었다고 그에게 말했다. 백짓장처럼 창백해진 이 제면업자는 곧장 시장을 떠났다. 이 엉터리 말에 놀라서 받은 서로 어긋나는 감정의 반작용 때문에 그는 며칠 동안 앓았다. 고리오는 그 사람의 어깨를 죽을 정도로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공황에 빠졌을 때, 그를 파산시켜서 시장에서 쫓아 버렸다. 자연히 그는 두 딸을 교육시키는 데 무리했다. 고리오는 매년 육만 프랑 이상을 벌어들이는 부자였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천이백 프랑 이상 쓰지 않았다. 딸들의 기분을 충족시키는 것만이 그의 행복이었다. 딸들은 승마를 했고 마차를 가졌다. 마치 옛날 돈 많은 봉건 영주의 정부처럼 지냈다. 아무리 돈이 많이 들더라도 딸들이 원하면, 이 아버지는 서둘러서 그 소망을 만족시켜 주었다. 그는 그 선물의 대가로 단지 한번만 껴안아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고리오는 딸들을 천사의 대열에 올려놓았고 결국 그녀들을 자신보다 더 높게 생각했다. 161나와 사위들과의 불화 때문에 이 귀여운 딸들이 괴로움을 받는 게 싫소. 그래서 나는 남몰래 딸들을 만나기를 더 좋아하고 있소. 나는 이런 비밀스러움 때문에 자기 딸들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 162는 다른 아버지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즐거움을 맛보고 있소. 나는 다른 아버지처럼 그렇게 하지 못하지, 이해하겠소? 그래서 날씨가 좋을 때면 딸들이 외출하는가를 하녀들에게 물어본 다음 나는 샹젤리제에 간다오. 통로에서 기다리지. 마차가 도착할 때 가슴이 두근거리지.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그애들을 보면 나는 황홀해진다오. 179다락방에 사는 가장 가난한 하인도 고리오 영감보다 더 나쁜 가구를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방의 모습에는 냉기가 돌았고, 사람의 가슴을 죄었으며, 가장 비참한 감방과 비슷했다. 181내 인생, 바로 내 인생은 내 두 딸에게 달려 있소. 그애들이 행복하다면, 내 새끼들이 우아하게 옷을 입는다면, 그애들이 융단 위를 걸어다니기만 한다면, 내가 무슨 옷을 입건 내가 누운 곳이 어디이건 무슨 상관이 있겠소? 181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보다도 나는 딸들을 더 사랑하고 있소. 왜냐하면 세상은 하나님만큼 아름답지 못하고 내 딸들은 나보다 더 아름답기 때문이오. 그애들은 내 영혼과 너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 밤 당신이 그애들을 만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소. 맙소사! 사랑스런 델핀을 그만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남자 구두를 닦아주고 심부름까지도 해줄텐182데. 나는 그애 하녀한테서 얘길 듣고 드 마르세란 놈이 개자식이라는 걸 알았소. 나는 여러 번 그놈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소. 184그가 하루에도 여러 번 그녀의 행복을 기원하지만, 뉘싱겐 부인은 사랑의 기쁨 을 알지 못했다. 고리오 영감의 표현대로라면, 으젠은 그가 이제까지 결코 본 적이 없는 가장 점잖은 청년 중 한명임에 틀림없고 으젠이라면 자기 딸에게 부족한 모든 쾌락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인은 이 이웃 청년한테서 매일 커가는 우정을 느꼈다. 206그애들은 내가 파산한 줄 알거든. 내겐 아직 천삼백 프랑의 연금이 있단 말이야. 239당신 방 바로 위의 육층에 딸린 방이 한 개 있소. 난 거기에서 살고 싶은데, 어떠실지? 차츰 나이도 먹어가고 딸자식에게서 너무 떨어져 있었거든. 결코 당신을 귀찮게는 하지 않겠소. 다만 그곳에만 있겠다는 거지. 당신은 매일 저녁 그애 얘기를 나한테 들려주는 거지요. 289그는 마당을 건너서 아름다운 외양을 지닌 새 건물 뒤쪽의 사층에 있는 방문 앞으로 그를 안내했다. 고리오 영감이 초인종을 누를 필요도 없었다. 뉘싱겐 부인의 하녀 테레즈가 그들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으젠은 상쾌한 독신 아파트로 들어갔다. 295그런데 아버지, 도대체 그 돈을 어떻게 만드셨어요? 뉘싱겐 부인이 물었다. 아! 얘기하지. 나는 네가 으젠과 함께 살도록 마음먹게 했지. 네가 마치 신부처럼 물건들을 사들이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생각했단다. 〈저애 돈이 떨어질 텐데〉하고. 소송 대리인의 말에 따르면, 네가 재산을 되찾기 위해서 네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육 개월 이상이나 걸릴 거라는 거야. 좋아. 나는 천삼백오십 프랑의 영속 연금 공채를 팔았지. 또한 만 오천 프랑의 종신 연금을 저당잡혀 천이백 프랑을 챙길 수 있었단 말이야. 391「이제 영감은 빵 냄새도 맡지 못하겠군」 하숙인 한 명이 노인의 찌푸린 모습을 흉내내며 말했다. 「제기랄. 여러분, 이제 고리오 영감 얘기는 그만합시다」 으젠이 보기에는 부성애의 상징이었던 이 영감에 대한 유일한 추도사란 이런 것이었다. 394라스티냐크와 크리스토프만이 두 명의 장의사 인부와 함께 뇌브 생트 주느비에브 거리에서 별로 멀지 않은 교회인 생 테티엔 뒤몽으로 가는 영구차를 따라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시신은 낮고 음침한 작은 예배소에 안치되었다. 혹시 주위에 고리오 영395감의 두 딸과 사위들이 있는가 하고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그는 크리스토프와 단둘이 있었다.